13. 효소(2)
효소에 결합하여 효소-기질 복합체를 형성한 반응물은 비촉매 반응에서 형성되는 전이상태 중간체보다 더 적은 활성화 에너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효소는 반응의 에너지 장벽을 낮추어서 쉬운 반응 경로를 제공해 반응 속도를 올린다. 효소가 에너지 장벽을 낮추면 정반응과 역반응 속도는 모두 빨라지게 되며, 효소 촉매반응은 비촉매 반응에 비해서 더 빠르게 평형이 된다. 최종 평형은 효소가 있거나 없거나 결국 똑같다. 마찬가지로 반응에 효소가 첨가되어도 반응물과 생성물 사이의 자유에너지 차이는 변하지 않는다. 효소는 반응속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말단 아미노산으로 아르지닌을 가진 특정한 단백질을 용액 속에 놓아둔다면 단백질 분자는 무질서해지고 말단 펩타이드결합이 끊어져서 아르지닌이 방출된다. 효소가 없다면 이 반응은 매우 느리기 때문에 단백질 중 절반에서 이 반응이 일어나는 데 약 7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이 반응의 촉매인 카복시펩티데이스 A 효소가 있다면 아르지닌 중 절반이 무려 1초 안에 방출된다. 이러한 효소에 의한 반응 속도의 증가는 백만 배에서부터 10의 26제곱 배까지 무척 다양하다. 살아 있는 세포에서 촉매의 중요성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러한 속도의 증가는 새로운 현실을 가능케 한다.
효소-기질 복합체가 형성되는 동안과 형성된 후에 화학적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이들 상호작용은 기존 결합의 절단과 새로운 결합의 형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며 효소는 반응을 촉진하기 위한 여러 특징이 존재한다. 먼저 효소는 기질에 방향성을 부여한다. 용액에 녹아 있는 기질은 무작위적으로 움직인다. 동시에 진동하며 회전하고 뒤집히기도 한다. 충동 시 이들은 상호작용하기에 적절하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따라서 반응하기 위해서 필요한 활성화 에너지의 일부는 결합이 형성되도록 특정 원자들을 가까이에 모으는 데 사용된다. 또한 효소는 기질의 긴장을 유발한다. 기질이 효소의 활성부위에 결합하면 효소는 기질 내 결합을 길게 늘려서 기질을 불안전한 전이상태로 만든다. 라이소자임은 눈물과 침에 풍부한 방어 효소로 세균 세포벽의 펩티도글리칸을 절단함으로써 침입한 세균을 파괴한다. 이 효소의 활성부위는 글리칸 단량체 사이의 결합을 잡아당겨 불안정하게 하며 라이소자임의 다른 기질인 물과 더 잘 반응하도록 한다. 효소는 또한 일시적으로 기질에 화학 작용기를 첨가할 수 있다. 효소의 아미노산에 있는 곁사슬은 기질을 화학적으로 더 반응성 있게 만드는 데 직접 참여한다. 산-염기 촉매작용에서 활성부위에 있는 아미노산의 산성 또는 염기성 곁사슬은 H+를 기질로 전달하거나 기질로부터 효소로 전달하여 기질 내 공유결합을 불안정하게 하고 끊어지게 한다. 공유결합 촉매작용에서 곁사슬의 작용기는 기질의 일부와 일시적으로 공유결합을 형성한다. 금속 이온 촉매작용에서는 구리, 철, 망간과 같은 금속이온은 대개 효소의 곁사슬에 단단히 결합하여 효소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은 채로 전자를 잃거나 얻을 수 있다. 이런 능력으로 인해서 금속이온은 전자의 획득이나 상실이 일어나는 산화환원 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효소는 기질보다 훨씬 크다. 효소는 일반적으로 수백 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이고, 하나의 접힌 폴리펩타이드 사슬 또는 몇 개의 소단위체로 구성되어 있다. 효소의 기질은 보통 작은 분자이거나 큰 분자의 작은 부분이다. 효소의 활성부위는 대개 크기가 아주 작아 아미노산 6~12개를 넘지 못한다. 여기서 효소가 기질을 활성부위의 어떤 특징이 기질을 인식하고 결합하는지, 이 단백질에서 나머지 부분의 역할을 무엇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우선 활성부위는 기질에 특이적이다. 꼭 맞는 기질을 선택하는 효소의 놀라운 능력은 분자 모양의 정확한 맞물림과 활성부위에서 화학 작용기의 상호작용에 의존한다. 활성부위에 기질이 결합하는 것은 효소의 3차 구조를 유지하는 것과 동일한 종류의 힘, 즉 수소결합, 전하를 띤 작용기의 인력과 반발력, 소수성 상호작용에 의존한다. 다음으로 효소는 기질에 결합하면서 모양이 변한다. 막 수용체 단백질이 리간드와 결합하여 입체구조가 정확하게 변화하듯이 일부 효소는 자신의 기질과 결합할 때 모양이 변한다. 유도적합이라는 이러한 변화는 효소의 활성부위 모양을 변하게 한다. 유도적합은 단백질의 나머지 부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려준다. 활성부위의 아미노산이 기질에 대해 적절한 위치에 놓일 수 있도록 틀을 제공하며 유도적합을 초래하는 단백질 모양과 구조의 중요한 변화에 참여한다. 또한 조절 분자가 결합하는 부위를 제공한다.
많은 효소가 작동을 위해 비단백질 화학 동반자를 필요로 한다. 보결분자단은 효소에 영구히 결합하여 있는 고유한 비 아미노산 원자 또는 분자 작용기이다. 그중 하나가 플래빈 뉴클레오타이드인데, 이것은 세포호흡에 중요한 숙신산 탈수소효소에 결합하여 있다. 무기 보조인자에는 특정 효소에 영구히 결합하고 있는 구리, 아연, 철과 같은 이온이 있다. 알코올 탈수소효소에는 보조인자로 아연이 결합하여 있다. 조효소는 하나 또는 여러 효소의 작용에 필요한 비단백질 탄소함유 분자이다. 이것은 보통 자신이 결합하는 효소에 비해 크기가 작다. 조효소는 효소에서 효소로 이동하면서 기질에 화학 작용기를 첨가하거나 제거하는 역할을 가진다. 조효소는 효소에 영구적으로 결합하여 있지 않다는 점에서 기질과 흡사한 면을 가진다. 즉 활성부위에 결합하여 반응하는 동안 화학적으로 변화된 다음에 효소에서 떨어진다. 그 후에는 다른 반응에 참여하며 반복한다. 실제로 조효소와 일부 기질의 기능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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